꽃피는 시간 / 정끝별 꽃 피는 시간 정 끝 별 가던 길 멈추고 꽃핀다 잊거나 되도라 갈수 없을 때 한꽃 품어 꽃핀다 내내 꽃피는 꽃차례의 작은 꽃은 빠르고 딱 한번 꽃피는 높고 큰 꽃은 느리다 헌꽃을 댕강 떨궈 흔적지우는 꽃은 앞이고 헌꽃을 새꽃인양 매달고 있는 꽃은 뒤다 나보다 빨리 피는 꽃은 옛날이.. 소금항아리/읽은 시 2013.04.23
어도 여자 / 김윤배 어도 여자 김 윤 배 남자는 팅팅 불어 떠올랐다 절은 여자 갈대밭을 달려 나간다 더러운 소문은 한 동안 갯벌을 떠돌았다 어도 횟집 간판이 먼 바다를 내다보며 늙어갔다 갈대밭이 조용히 일렁인다 시간이 갈대밭 사이를 통과하는가보다 갈대꽃이 환하게 피어 오르고 잎들 빠르게 갈색으.. 소금항아리/읽은 시 2013.04.22
꽃에 대한 기억 /진명주 꽃에 대한 기억 진 명 주 그리움이 시가 되는 시간이 있다 턱을 고이면 그리움은 추억의 돌기를 타고 구석구석 파들기 시작하여 모든 추억을 발그레 만든다 사계절 꽃집을 지나 서라벌 인쇄소를 지나 마른기침이 자작자작 터지는 안압지에 앉아 그리움의 꽃눈으로 물수제비를 뜬다. 푸득.. 소금항아리/읽은 시 2013.04.22
산수유 아래서 징소리를 / 김길나 산수유 아래서 징소리를 김 길 나 그녀의 맨발을 만져보고 싶었으나 그녀는 일찍이 땅속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묻힌 흙에서 빠끔히 떡잎이 눈뜨고 떡잎에 숨은 길 한가닥이 불쑥 일어나 줄기는 허공을 주욱 찢어 올리고 가지들은 또 낭창낭창 허공을 건드리고 허虛를 찔린 허공이 여지저.. 소금항아리/읽은 시 2013.04.22
장독대에 내리는 저녁 /휘민 장독대에 내리는 저녁 휘민 한 아이가 있었네 숨바꼭질을 하면 언제나 술래가 가장 늦게 찾는 아이 몰래 숨어 든 집 장독대에서 간장 항아리에 들어온 꼭지 푸른 오이처럼 해묵은 기억을 엿듣던 아이 세월은 이제 하나 둘 잊혀진 이름들을 부르며 내 앞의 어둠을 앞질러 가고 어머니처럼 .. 소금항아리/읽은 시 2013.04.20
잠 簪 잠 (비녀) 문혜란 (수필가)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간 비녀는 부러진 놋젓가락을 딺았다. 오래 손끝에 닳아 반질반질하다. 일평생 하루같이 매만졌으니 길이인들 줄지 않았으랴. 당신의 오그라든 몸을 돌려 안고 바투 앉았다. 베개에 눌린 머 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간추려 얼레빗으로.. 소금항아리/좋은 수필 2013.04.19
[진란] 불멸의 새가 울다 外 불멸의 새가 울다 진 란 언어의 새들이 붉은 심장 속에 둥지를 틀다 관념의 깃털을 뽑아 깔고 그 위에 씨알을 품었다 쓸쓸한 귀를 열고 이름 없는 시인의 가슴으로 드러간 밤 어지러운 선잠에 들려 올려지는 새벽, 어디선가는 푸른 환청이 들렸다 꽃- 피 - 요 꽃 - 피- 요 혼자 노는 숲 꽃들.. 소금항아리/읽은 시 2013.04.07
[이승주]나는 아직 저 입술에 대해서는 말 못하네 나는 아직 저 입술에 대해서는 말 못하네 이 승 주 (여자는 입술 하나만으로도 여자다 라고 말한다면?) 전생이 붉은 지중해쯤일 것 같은 저 여자의 저녁 햇살에 빛나는 장미꽃 같은 입술 진홍색 루주를 바른 입술 나직이 노래하는 저 입술 위에 붉은 지중해의 잔물결이 아퀼라이즈처럼 내 .. 소금항아리/읽은 시 2013.04.04
첫사랑 / 장하빈 첫 사 랑 장 하 빈 천둥산 끝자락에서 가서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린다 박하 향기 아득한 시간의 터널 지나 푸른 기적 달고 숨 가삐 달려와서 내 생의 한복판 관통해 간 스무 살의 아름다운 기차여! 시집 『비, 혹은 얼룩말(만인사, 2004) |장하빈| 경북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97년『시와 시.. 소금항아리/읽은 시 2013.04.02
아버지와 타자기 / 장하빈 아버지와 타자기 장 하 빈 아버지는 굴신 못하는 어머니와 낡은 타자기 남겨 놓고, 내가 자든 둥굴 밖 아득한 세상으로 떠났다 처음 굴속을 더듬기 시작 했을 때, 얘 . 야 . 그 . 길 . 로 . 곧 . 장 . 가 . 라 . 돌 . 아 . 보 . 면 . 눈 . 먼 . 단 . 다 아버지는 어둡고 긴 통로 끝에 젖은 수숫단 세우.. 소금항아리/읽은 시 2013.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