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簪 잠 (비녀) 문혜란 (수필가)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간 비녀는 부러진 놋젓가락을 딺았다. 오래 손끝에 닳아 반질반질하다. 일평생 하루같이 매만졌으니 길이인들 줄지 않았으랴. 당신의 오그라든 몸을 돌려 안고 바투 앉았다. 베개에 눌린 머 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간추려 얼레빗으로.. 소금항아리/좋은 수필 2013.04.19
[스크랩] 그것이 그것에게 _ 바보 나무 그것이 그것에게 <서른 아홉 번째> 바보 나무 봄 길을 걷는 중에도 불쑥 불쑥 고개를 내밀던 겨울바람 때문에 어깨를 추스르며 옷을 여미던 날들이 오래지 않았는데 고개를 돌려 보니 벌써 여름이다. 꽃이 다투어 피던 산에는 진달래 개나리가 만발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끄러운 듯 여린 새싹.. 소금항아리/좋은 수필 2010.11.29
나이 드는 일 <오정희의 내 마음의 무늬> 연휴를 맞아 집에 다니러 왔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자식들을 역까지 바래다주고 오는 길인데 그들고 ㅏ함께 역으로 나오면서 보았던 김양옆의 화사한 코스모스 꽃 빛깔이 그 잠깐 사이에 조금 어둡게 스르죽어 시든 듯 했다. 마음 탓일게다. 그 잠깐 사이이건만 자식들.. 소금항아리/좋은 수필 2010.01.28
[스크랩] 꼭 읽어야 할 한국명수필 111선 꼭 읽어야 할 한국명수필 111선 001. 계용묵/구두 002. 실직기 003. 고은/법주사 004. 김교신/포플러나무 예찬 005. 김규련/거룩한 본능 006. 김동리/보름달 007. 김동인/대동강 008. 김상옥/백자 이제 009. 김소운/가난한 날의 행복 010. 두레박 011. 목근통신 012. 인생의 묘미 013. [김수영/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개] .. 소금항아리/좋은 수필 2009.09.04
석류-한흑구 석류 한흑구 내 책상 위에는 몇 날 전부터, 석류 한 개가 놓여 있다. 큰 사과만한 크기에, 그 빛깔은 홍옥과 비슷하지만, 그 모양은 사과와는 반대로 위쪽이 빠르고 돈주머니 모양으로 머리 끝에 주름이 잡혀져 있다. 보석을 꽉 채워 넣고 붙들어매 놓은 것 같다. 아닌게아니라, 작은 꿀단지가 깨어진 것.. 소금항아리/좋은 수필 2009.09.03
특급품- 김소운 특급품 - 김소운 비자는 연하고 탄력이 있어 두세 판국을 두고 나면 반면(盤面)이 얽어서 곰보같이 된다. 얼마 동안을 그냥 내버려두면 반면은 다시 본디대로 평평해진다. 이것이 비자반의 특징이다 비자를 반재(盤材)로 진중(珍重)하게 여기는 소이(所以)는, 오로지 이 유연성(柔軟性)을 취함이다. 반면.. 소금항아리/좋은 수필 2009.09.03
[스크랩] 구두_계용묵 구두 계용묵 구두 수선(修繕)을 주었더니, 뒤축에다가 어지간히도 큰 징을 한 개씩 박아 놓았다. 보기가 흉해서 빼어 버리라고 하였더니, 그런 징이래야 한동안 신게 되고, 무엇이 어쩌구 하며 수다를 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그대로 신기는 신었으나, 점잖지 못하게 저벅저벅, 그 징이 땅바닥에 부딪치.. 소금항아리/좋은 수필 2009.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