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기억
진 명 주
그리움이 시가 되는 시간이 있다 턱을 고이면 그리움은 추억의 돌기를 타고 구석구석 파들기 시작하여
모든 추억을 발그레 만든다 사계절 꽃집을 지나 서라벌 인쇄소를 지나 마른기침이 자작자작 터지는
안압지에 앉아 그리움의 꽃눈으로 물수제비를 뜬다. 푸득 갈기를 세우며 피어나는 어리연 하나, 찻집
가득 순을 치는 꽃 무늬 벽지처럼 사방연속무늬를 키우며 당신은 웃었다 서둘러 나오느라 허리끝을
채 묶지 못한 꽃송이가 프린팅 되어 있는 후란넷 치마 찻잔에 남은 차를 꽃몽오리께에 쏟아 부으면 에취
어린 꽃들은 진저리를 쳤다 싸리비가 세워진 마당에는 에둘러간 자전거 자국 마루 위 던져진 편지봉투
처럼 때 없이 피어난 기억들이 안간힘으로 뻗어간다
채송화며 씨알 굵은 맨드라미도 따라 힘차게 몸을 올린다 우리 그리운 기억의 모퉁이 지켜선다
그리움이 담요처럼 펄럭이는 시간 문설주에 기대어
누우런 호박처럼 익어가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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