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아래서 징소리를
김 길 나
그녀의 맨발을 만져보고 싶었으나
그녀는 일찍이 땅속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묻힌 흙에서 빠끔히 떡잎이 눈뜨고
떡잎에 숨은 길 한가닥이 불쑥 일어나
줄기는 허공을 주욱 찢어 올리고
가지들은 또 낭창낭창 허공을 건드리고
허虛를 찔린 허공이 여지저기서 째지고
째진 공空의 틈새에서 얼굴 하나씩이 피어나고
이렇게 수많은 그녀가 그녀의 맨발에서 솟아났다
파르르 떨리는 허공의 틈새마다에서
울려 나오는 저 소리는 번쩍이는 징소리
그리고 연달아 징을 치는 쟁쟁한 해 뭉치
공空을 트고 나온 얼굴들은 푸르게 두둘겨 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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