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항아리/읽은 시

산수유 아래서 징소리를 / 김길나

뿌리기픈나무 2013. 4. 22. 01:14

 

산수유 아래서 징소리를

 

김 길 나

 

그녀의 맨발을 만져보고 싶었으나

그녀는 일찍이 땅속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묻힌 흙에서 빠끔히 떡잎이 눈뜨고

떡잎에 숨은 길 한가닥이 불쑥 일어나

줄기는 허공을 주욱 찢어 올리고

가지들은 또 낭창낭창 허공을 건드리고

허虛를 찔린 허공이 여지저기서 째지고

째진 공空의 틈새에서 얼굴 하나씩이 피어나고

이렇게 수많은 그녀가 그녀의 맨발에서 솟아났다

 

파르르 떨리는 허공의 틈새마다에서

울려 나오는 저 소리는 번쩍이는 징소리

그리고 연달아 징을 치는 쟁쟁한 해 뭉치

공空을 트고 나온 얼굴들은 푸르게 두둘겨 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