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항아리/읽은 시

아버지와 타자기 / 장하빈

뿌리기픈나무 2013. 4. 1. 23:50

 

 

아버지와 타자기

 

                         장 하 빈

 

 

아버지는 굴신 못하는 어머니와 낡은 타자기 남겨 놓고, 내가

자든 둥굴 밖 아득한 세상으로 떠났다 처음 굴속을 더듬기 시작

했을 때,

얘 . 야 . 그 . 길 . 로 . 곧 . 장 . 가 . 라 . 돌 . 아 . 보 . 면 .

눈 . 먼 . 단 . 다

 아버지는 어둡고 긴 통로 끝에 젖은 수숫단 세우며 나직이 중

얼거렸다 때로는 소나기로 내려와 신열 오른 이마를 짚어 맑게

맑게 가라앉혀 주었다

 

세상 건너는 법, 아직도 난 모른다

캄캄한 목숨 지탱하는 동굴 저편에 가볍고 눈부신 나비의 날

갯짓 새겨 넣어야 하는 것을

어머니와 타자기 끌어안고, 앞산 그림자처럼 추錘를 길게 드리

우고 지척지척 걸어가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