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타자기
장 하 빈
아버지는 굴신 못하는 어머니와 낡은 타자기 남겨 놓고, 내가
자든 둥굴 밖 아득한 세상으로 떠났다 처음 굴속을 더듬기 시작
했을 때,
얘 . 야 . 그 . 길 . 로 . 곧 . 장 . 가 . 라 . 돌 . 아 . 보 . 면 .
눈 . 먼 . 단 . 다
아버지는 어둡고 긴 통로 끝에 젖은 수숫단 세우며 나직이 중
얼거렸다 때로는 소나기로 내려와 신열 오른 이마를 짚어 맑게
맑게 가라앉혀 주었다
세상 건너는 법, 아직도 난 모른다
캄캄한 목숨 지탱하는 동굴 저편에 가볍고 눈부신 나비의 날
갯짓 새겨 넣어야 하는 것을
어머니와 타자기 끌어안고, 앞산 그림자처럼 추錘를 길게 드리
우고 지척지척 걸어가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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