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항아리/읽은 시

기일/ 강 성 은

뿌리기픈나무 2013. 4. 30. 12:13

기일

 

강 성 은

 

버려야 할 물건이 만다

집 앞은 이미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보내고 나면 보낼 수 있다

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내다 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 할것만 같다

한밤 중 누군가 버리고 갔다

한밤 중 누군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창밖 가로등 아래

밤새 부스럭 거리는 소리

 

 

환상의 빛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도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너무 멀리 와 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세기전의 장면을 그리워하며

단 한번의 여름을 보냈다 보냈을 뿐인데

내게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이

조용히 우거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눈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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