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
강 성 은
버려야 할 물건이 만다
집 앞은 이미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보내고 나면 보낼 수 있다
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내다 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 할것만 같다
한밤 중 누군가 버리고 갔다
한밤 중 누군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창밖 가로등 아래
밤새 부스럭 거리는 소리
환상의 빛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도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너무 멀리 와 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세기전의 장면을 그리워하며
단 한번의 여름을 보냈다 보냈을 뿐인데
내게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이
조용히 우거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눈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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