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항아리/읽은 시

비닐하우스 밤기차 / 이승주

뿌리기픈나무 2013. 4. 28. 08:32

    

 

 

     비닐하우스 밤기차

 

                       이 승 주



        산이 강에 들어
        강과 산이 아득히 저물면
        객실마다 불을 켜고
        사방에서 기차들이 모여든다
        오래 지켜보았지만 그 기차들이 떠나는 걸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다
        기차는 언제나
        우리가 잠든 사이에 기적을 울리며 떠났다
        잠 깨기 전으로 돌아왔다
        은박지처럼 깔린 달빛의 바다를 헤쳐
        푸른 기차를 끌고 기관사는
        어디로 닿아 왔는지
        어디로 돌아온 것인지
        잠에게 물을 수 없다
        깨고 나면 방울벌레들은 어디 간이역에서 내리고 없지만
        깻잎, 풋고추들에게 물을 수 없는
        우리들 꿈의 무박(無泊)의 기차
        어느새 돌아와 곤한 잠에 빠진 기차 속에서
        아침 안개를 헤치고 늙은 기관사 걸어나오고 있다

 

이승주 시집  《서정시학 시인선》위대한 표본책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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