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밤기차
이 승 주
이승주 시집 《서정시학 시인선》위대한 표본책에서 발췌
산이 강에 들어
강과 산이 아득히 저물면
객실마다 불을 켜고
사방에서 기차들이 모여든다
오래 지켜보았지만 그 기차들이 떠나는 걸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다
기차는 언제나
우리가 잠든 사이에 기적을 울리며 떠났다
잠 깨기 전으로 돌아왔다
은박지처럼 깔린 달빛의 바다를 헤쳐
푸른 기차를 끌고 기관사는
어디로 닿아 왔는지
어디로 돌아온 것인지
잠에게 물을 수 없다
깨고 나면 방울벌레들은 어디 간이역에서 내리고 없지만
깻잎, 풋고추들에게 물을 수 없는
우리들 꿈의 무박(無泊)의 기차
어느새 돌아와 곤한 잠에 빠진 기차 속에서
아침 안개를 헤치고 늙은 기관사 걸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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